직접 만들어보기
2016.9.24.-10.1

‘물건의 쓸모는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이 정하는 것이다.’ 혹시 이런 이야기 들어본 적 있나요? 사용하는 사람이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서 물건의 쓰임이 달라진다는 뜻이죠. 쉬운 예를 들어볼까요. 거실 소파가 엄마에게는 드라마를 감상하는 의자가 되고, 아빠에게는 일요일 낮잠 침대가 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나저나 갑자기 웬 뜬금없는 소리냐고요? 요즘 아이들이 주변 물건들이 달라 보이는 이상 증후에 시달리고 있거든요. 예전에는 그냥 쓰레기통이군, 그릇이네, 자전거구먼 하고 스쳐지나갔을 물건을 보고 전혀 다른 쓰임을 생각하는 것이죠. 이런 증상은 실제 제작단계에 들어서면서 시작됐다고 해요. 불꽃 없는 안전한 폭죽을 만드는 다연이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폭죽 몸통처럼 보였고 물을 최대한 많이 나르기 위해 몸체가 가벼운 드론 만들기를 고민하던 지호는 빨대가 드론 골격으로 보였답니다. 누구나 쉽게 무거운 물건을 옮길 수 있는 전동수레를 제작 중인 민건이는 어릴 적 타던, 하지만 지금은 자리만 차지하고 방치돼있던 자전거의 바퀴를 보면서 전동 수레가 보였고 공기 대포를 만들고 있는 태건이는 쓰레기통을 보고 ‘공기대포가 따로 없네’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예요.

이 증상은 아마도 ‘어떻게 만들까’를 고민하다 생긴 것 같습니다. 특별한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면서 주변을 살펴보니 세상의 모든 물건이 쓸모에 따라 변하기 시작한 것이죠. 그동안 편견 때문에 보지 못했던 물건의 다양한 쓸모를 발견하게 된 셈입니다. 다르게 보기 시작하면서 주변에 있는 수많은 물건들이 아이들의 상상을 자극하고있습니다. 아이들은 바닥에 떨어진 클립만 봐도 ‘모아서 전자석을 만들어 볼까’라고 생각하거든요. 또 물건을 통해 풀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하기도 합니다. 칫솔질과 가글을 동시할 수 있는 칫솔을 개발 중인 은서는 ‘어떻게 하면 가글을 효과적으로 분사시킬 수 있을까?’를 두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휴대용 스프레이를 보는 순간 묘책이 떠올랐답니다. 칫솔과 휴대용 스프레이를 결합하면 되겠다 싶었던 거죠.

그런데 말이야. 혹시 이렇게 물건을 새롭게 보는 안목이 생긴 건 아이들이 점점 메이커가 되어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메이커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된 것이죠. 아, 그랬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참! 새로운 안목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아이들의 고백하건대, 재활용 쓰레기가 모여 있는 곳을 보면 쉽게 발걸음을 돌리기 어렵다고 하거든요.

자자. 이제 아이들의 실제 제작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어째 또다시 멘붕인 것 같습니다. 어떤 재료를 사용해 만들어야 할지 막막해진 것이죠. 다들 처음 상상할 때는 영화에 나오는 로봇처럼 완성도 높은 물건을 만들고 싶었겠지만, 아무래도 아이들이 다루기엔 어려운 재료들이죠. 아이들도 현실을 깨달았는지 제작 방향을 바꿨습니다. 자주 사용하는 익숙한 재료를 활용해 만들어보기로 한 것이죠. 우드락·투명테이프·철사·비닐·풍선 같은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는 재료들 말입니다. 이런 시시한 재료들로 무얼 만들 수 있겠냐고요? 그건 우리 영 메이커 도전자들을 무시하는 발언입니다. 찬솔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종이만 사용해 실제로 발사되는 총을 만들고 있고 움직이는 인형 오토마타를 만들고 있는 영진이도 두꺼운 종이를 활용해 제작하고 있어. 인형을 움직이게 하는 톱니바퀴도 모두 종이로 만들고 있죠.

장안에 화제인 3D 프린터를 활용해 형태 자체를 제작하는 도전자도 있습니다. 관절이 움직이는 피규어를 제작 중인 현우는 관절을 하나하나 3D프린터로 제작해 완성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무료로 제공되는 모델링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다자인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모델링 작업은 3D프린터를 사용하기 위한 필수 작업입니다. 모델링 프로그램을 활용해 컴퓨터에 그림을 그리면 3D프린터가 그림의 데이터를 읽고 디자인 한 그대로를 실제 물건으로 만들어주는 것이죠.

어렵지 않냐고요? 물론 처음에는 어려웠겠죠. 서툰 손으로 열심히 디자인해 3D프린터로 출력했는데, 모양을 잘못 맞춰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던 적도 있고, 아예 출력이 안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특히, 예림이의 로봇 머리 사건은 너무 재미있었어요. 연필 줍는 로봇을 만들고 있는 예림이는 로봇의 몸통은 두꺼운 종이를 이용해 만들고 머리는 3D프린터를 활용해 만들 계획으로 관련 동영상을 보면서 공부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다른 메이커가 만든 고양이 캐릭터를 보고 그 캐릭터를 수정해 연필 줍는 로봇 얼굴을 만들기로 결정했죠. 과정은 순조로웠습니다. 예림이가 수정한 고양이 닮은 로봇 얼굴을 보고 다들 귀엽다고 난리였죠. 하지만 3D프린터가 2시간 동안 부지런히 움직여 내놓은 결과를 보고 모두 웃고 말았습니다. 모델링 작업을 할 때 실제 크기를 잘못 예측한 게 화근이었죠. 팔뚝만한 몸통에 너무도 작은 엄지손톱만 한 로봇 얼굴이 나왔거든요. 작아도 너무 작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처음 3D프린터를 접한 친구들은 계속 3D프린터를 활용해 제품 만들기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림만 그리면 도깨비 방망이처럼 뚝딱 제품이 나오는 걸 신기해 했고, 3D 프린터 다루는 방법을 알려주는 메이커들의 동영상이 많아 스스로 공부하기에도 좋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어느덧 해는 저물었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됐습니다. 이상하게 메이커 활동을 하는 토요일은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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