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토타입 만들기
2016.9.3.-10

순풍에 돛 단 듯 순조로운 항해를 이어가던 영 메이커 도전자들에게 뜻하지 않은 복병이 등장했습니다. 다름 아닌 “왜 만들어?”라는 멘토 선생님의 기습 질문이었죠. ‘어떻게 만들까’만 생각하던 도전자들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들은 과연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지난 2주 동안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설계도를 완성한 아이들은 이제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죠.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 듯 했고 각자의 프로젝트를 설명하기 위해 나선 발걸음은 가벼웠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기분은 멘토 선생님의 질문을 받고 순식간에 달라졌어요. 무슨 질문이냐고? 간단하지만 심오한 질문이죠. “왜 만드는 거니?”

당연한 질문인데, 아이들은 선뜻 대답하기 어려웠어요. 그동안 ‘왜 만들까’보다 ‘어떻게 만들까’를 더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대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던 도전자 중에는 계획을 전면 수정하는 친구도 생겼어요. 재미 삼아, 만두를 쏘아 올리는 만두대포를 만들겠다던 태근이는 멘토 선생님의 질문을 받고 프로젝트를 변경하기로 마음먹었죠. 누군가를 도와주는 물건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렇게 수정된 태근이의 프로젝트는 만두 대신 공기를 쏴. 나쁜 일에 사용되는 드론을 떨어뜨리는 공기대포를 만든다는 구상입니다. 평소 만들어 보고 싶었던 대포도 만들고, 그 대포로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까지 생각해낸 것이죠. 의수 만들기에 도전한 준현이도 ‘왜’라는 질문에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이미 많은 메이커들이 의수 만들기에 도전하고 있었고 준현이의 기획이 그들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거든요. 준현이는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결국 끝까지 의수를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스스로 만들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물론 자신 있게 대답하는 도전자도 있었지. 선영이는 지진 사고 현장처럼 구조대원이 들어가기 위험한 곳에 사람 대신 들어가 상황을 살필 정찰 로봇이 필요하기 때문에 만든다고 설명했고, 다연이는 생일날 터트리는 폭죽을 보고 불이 붙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번 도전을 통해 불 날 걱정 없는, 아이들이 쓰기에도 안전한 폭죽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죠. ‘왜’라는 질문에 아이들은 모두 진지해졌어. 만드는 과정보다 쓸모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 것이죠. 아마도 멘토 선생님이 ‘왜’라는 질문을 던진 건, 다른 사람을 한 번 더 생각해보고, 물건의 진정한 가치를 신중하게 생각해 보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요. 단순히 물건을 직접 만드는 메이커가 아니고, 다 함께 만들고, 즐기고 남기고, 배워서 남 주는 영 메이커에 도전하는 것이니 말이에요.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직접 만들어보는 실행단계로 넘어갔습니다. 아이들은 여러 차례 설계도를 꼼꼼히 그렸으니 오늘은 분명 멋진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죠.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다 만든 것 같았는데, 10분 넘게 설계도를 보고 또 봐도 도무지 무엇을 먼저 만들어야 할지 막막했죠. 설계대로 만들었다가 작동하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도 되고 말입니다. 어찌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멘토 선생은 프로토타입을 먼저 만들어보라고 힌트를 줬습니다.

“프로토타입? 그게 뭐데요?” 한 아이가 묻습니다. 하지만 멘토 선생님은 빙그레 웃기만 합니다. 영 메이커 프로젝트의 규칙입니다. 멘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질문에 최소한의 대답만 해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직접 알아봐야지죠.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프로토타입은 본격적인 상품화에 앞서 성능을 검증하고 개선하기 위해 핵심적인 기능만 넣어 제작해보는 것을 의미한다는 군요. 실제 제작품을 만들기에 앞서 미리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옳다구나! 아이들 눈이 번쩍입니다. 아이들은 고무 찰흙, 두꺼운 종이, 우드락, 색종이 등 익숙한 재료를 가지고 각자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3D프린터를 통해 관절이 움직이는 피규어를 제작하기로 한 현우는 종이컵을 이용해 구조를 만들고 그 위에 관절을 표시해 구체적인 3D제작 계획을 세웠습니다. 연필 줍는 로봇을 만들고 있는 예림이는 우드락을 이용해 핵심기술인 집게손을 만들어 어떻게 하면 단단하게 물건을 잡을 수 있는지 실험해봤죠. 어두웠던 도전자 얼굴에도 서서히 화색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설계도를 다시 그리는 사태도 발생했습니다. 곤충의 날개를 응용해 정찰로봇을 만들기로 계획한 선영이는 고무 찰흙과 우드락을 활용해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보고, 곤충의 날개와 같은 방법으로 하늘을 나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어요. 대신 날개 역할을 드론에게 맡기기로 했죠. 누구보다 먼저, 손쉽게 완성할 것이라고 자신하던 찬솔이도 프로토타입으로 만든 종이 총이 발사되지 않자, 원점으로 돌아가 무엇을 놓쳤는지 천천히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은 어설프고 엉성하지만 직접 손으로 직접 만든 프로토타입을 보면서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죠. 만약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보지 않고 그대로 제작에 들어갔다면 10월 8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릴 영 메이커 페어에서는 웃지 못 할 광경이 펼쳐졌을 겁니다. 한쪽으로만 돌며 제자리 비행을 하는 드론, 움직이지 못하는 로봇, 물에 가라앉는 수중 카메라 같은 것 말이죠. 물론, 그것도 멋질 겁니다. 아이들 스스로 만든 건대 뭔들 안 멋지겠어요. 그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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